카페 mk2 대표의 인생을 바꾼 의자
에디터 전은경 | 포토그래퍼 박순애
경복궁 근처 서촌에서 1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 mk2.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카페 신에서도 이곳은 세대를 이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빈티지 가구 숍과 카페 mk2를 운영하는 사진가이자 컬렉터 이종명에게 가구는 수납을 위한 물건만이 아니라 순수한 감상과 즐거움의 대상이다. 가구에 대한 탐닉의 시작점이 된 마르트 스탐의 강관 의자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끊임없이 새로운 가구를 불러들였고, 그 가구들은 이제 mk2만의 스타일이 되었다.
이 인터뷰는 매거진C 4호 ‘포퇴유 그랑 콩포르’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표님을 만날 때마다 17년 전 금호미술관의 바우하우스 전시를 위해 슈튜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 바이마르, 데사우, 베를린으로 투어를 함께 다니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네요. 가구에 대한 관심은 독일 유학 시절에 시작되었다고 얘기하셨는데요.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유학이 계기가 되었죠. 가구 컬렉션은 1995년경부터 시작했어요. 독일인들은 수수하게 하고 다녀도 집은 잘 꾸며놓고 살더라고요. 거실의 불을 환하게 켜두면 집 안이 언뜻언뜻 보이잖아요? 저녁이면 산보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창문 너머로 집 구경을 하면서 차츰 가구에 관심을 두게 되었죠. 물건에 대한 탐닉이 그때부터 시작됐어요.(웃음)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갔지만, 가구 공부를 더 많이 한 셈이네요.
사진은 물건에 대한 관심과 탐닉을 북돋는 매체인 것 같아요. 특정 모티프를 찾아 카메라로 찍는 과정이 가구를 찾는 일과 비슷한 데가 있어요. 사진 공부를 하면서 도시의 다양한 장소를 찾아다녔는데, 항상 가구들이 눈에 스쳤습니다. 지금처럼 빈티지의 인기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눈이 있으면 구할 수 있는 시절이었죠. 나중에는 버린 가구 중에서 득템하는 재미로 밤에 산보하러 다닐 정도였어요. 어떤 의자를 구하면 다음 날 도서관에 가서 바로 찾아봤죠. 인터넷도, 이베이도 없었으니,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찾아보고 비교하는 재미가 대단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가구에 대한 안목을 키웠습니다.
이제 사진은 안 찍느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는데, 저는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놓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저를 심미적으로 만족시켜주는 가구가 있어서 굳이 카메라에 손이 안 간다고 할까요? 여전히 눈으로 다양한 아름다움을 좇고 있죠. 여담이지만 사진을 공부하려고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를 찾아 독일에 갔는데, 그사이 정년퇴직하는 바람에 체코 출신의 대지 미술 작가인 마그달레나 예텔로바 Magdalena Jetelová에게 배웠어요.
확실히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는 거죠?(웃음) 첫 번째로 구입한 가구는 무엇인가요?
저를 가구에 입문하게 만든 것은 마르트 스탐의 강관 의자예요. 캔틸레버 형태에 매혹되었죠. 바우하우스를 대표하는 의자 중 하나로 특유의 단순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게 큰 자유로움을 주었어요. 기본기를 습득하면 굉장히 자유로워지는 것처럼, 바우하우스 의자로 입문했기에 어느 쪽으로든 다 갈 수 있게 된 거죠. 이 의자를 시작으로 제 삶이나 직업 자체가 가구로 이어지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가구가 가구를 불러온 셈입니다. 지금도 마르트 스탐이 저에게 가르쳐준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가구를 수용합니다.
주로 어떤 가구를 선호하는지, 가구를 고를 때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바우하우스 시기의 작품을 선호하지만 1930년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너무 오래되어서 1950년대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가구를 좋아합니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가구나 3 포퇴유 그랑 콩포르와도 잘 어울리고요. 제가 있던 뒤셀도르프는 쾰른,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네덜란드, 프랑스 등과 가까워 다양한 문화에 열려 있는 작은 동네였어요. 자유분방하지만 그 나름의 스타일도 있고요. 멀리 가지 않고 그 지역에서만 나오는 가구를 집중적으로 파고 있어요. 동일한 의자라도 동네마다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 지역을 내가 잘 알고 많이 봤기 때문에 더 나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자신이 있고, 또 지금까지 쌓아둔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mk2만의 스타일은 이런 노력이 쌓인 결과입니다.
요즘엔 가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할 수 있는 데다 카페나 편집숍에서 좋은 가구를 접해본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고객의 취향과 수준이 높아져 요즘엔 무슨 가구가 유명하냐고 질문하는 대신, 자신이 찾는 가구를 정확히 짚어서 묻는 경우가 많아요. 차이점이라면 일반인은 해당 제품이 있는지, 디자이너나 전문가들은 새로운 것이 있는지 궁금해하죠. 카페나 편집숍을 운영하는 분들은 어디서에도 보지 못한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고요. mk2의 안목을 믿고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컬렉터와 판매자 사이에서 다양한 가구를 소개해 빈티지에 대한 안목과 취향을 넓히는 역할도 해요. 한편으론 30년간 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제가 뭘 들여오는지 다들 알고 싶어 해요. 그래서 다시 바잉하러 가면 가격이 올라가 있어요.(웃음)
컬렉터이자 딜러에게 가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가구 딜러라는 직업이 재미있는 점이 매일 가구를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내가 살 형편이 되지 않아도 마음에 들면 사서 팔면 되니 마음 편하게 구매할 수도 있어요. “가구가 다음 가구를 불러온다”라는 말이 있는데, 저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가구를 선택하면 그 가구가 다른 가구를 불러들이는 것을 각오해야 하고, 함께 지내야 하니까 책임감도 필요하죠. 또 좋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낼 줄도 알아야 해요. 일종의 대물림이죠. 가구는 함부로 사용하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오래오래 아끼면서 잘 사용하다가 자식이나 손주에게 물려주는 물건이었어요. 지금까지 상태가 좋은 가구들이 남아 있는 이유도 그래서고요.
포퇴유 그랑 콩포르가 지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와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포퇴유 그랑 콩포르는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항상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의자라고 할 수 있어요. 비율, 형태미 등 암체어는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심추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사실 제가 보기에 포퇴유 그랑 콩포르만 한 암체도 없어요. 이 정도의 비율과 쿠션감이면 우리를 충분히 안락하게 해준다고 봐요. 건축가답게 프레임을 만들어 쿠션을 올린 디자인은 여느 디자이너의 가구와 다른 재미를 주고요. 다만 등받이가 없어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얘기 정도는 미리 귀띔합니다.(웃음)
3 포퇴유 그랑 콩포르는 스티브 잡스 같은 유명인이 앉기도 했고,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의자 중 하나입니다.
포퇴유 그랑 콩포르가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소득수준이 높아진 영향도 있고, 사람들이 미적 욕구를 경제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가구에 기꺼이 투자하게 된 이유도 있을 거예요. 한국의 높은 아파트 가격을 생각하면 집값의 몇 퍼센트쯤은 가구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거죠. 유명한 의자라는 인식과 더불어 이를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긴 것이고요.
사실 포퇴유 그랑 콩포르는 집에 들여오기 어려운 가구였어요. 재료의 물성이 차가운 데다 남성적이고 사무적인 분위기의 가구다 보니 집 안에 놓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주거 환경이 바뀌면서 지금은 가정에서도 어울리게 된 거예요. 또 포퇴유 그랑 콩포르와 함께 들어온 대표적 가구가 USM인데, 둘 다 큰 회사의 로비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가구였어요. 현재 남아 있는 빈티지는 가정이 아니라 주로 사무실에서 사용한 제품이라 상태가 좋다고 봐야죠.
지금 이 집에 있는 3 포퇴유 그랑 콩포르는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나요? 의자에 얽힌 사연이 궁금합니다.
친구인 강석호 작가가 남기고 간 거예요. 1970년대 까시나에서 생산한 제품인데, 벨벳에 폴리우레탄폼으로 속을 채운 버전이에요. 차가운 메탈을 검정으로 칠해 좀 더 집에 두기 쉬운 형태로 디자인한 거죠. 지금에야 메탈 프레임을 멋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무 소재가 인테리어의 주류던 시절에 메탈은 다소 과한 느낌인 거에요. 50년이 넘어 폼은 다 삭아버리고 사람이 앉은 모양 그대로 형태가 굳었죠. 그래서인지 약간 동물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지금 제 스타일의 어느 부분은 그 친구에게서 온 것이고, 그에게는 저의 스타일이 묻어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어요. 독일 유학 시절 가구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을 때, 얘기도 많이 하고 정보도 교환하면서 동지애가 생겼죠. 디자인적 가치나 의미를 떠나 여기에 앉을 때마다 항상 그 친구를 기념하고 잊지 않습니다.
어떤 의자가 나에게 맞는 의자일까요? 인생 의자를 어떻게 하면 고를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려요.
태도와 제스처를 만들어주는 의자가 바로 나를 위한 의자라고 생각해요. 카메라는 찍어보고 사는 게 아니라 목에 걸어보고 사라고 얘기할 때가 있어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이 나와 어울리냐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손이 더 많이 가고 자주 찍게 됩니다. 사실 모든 의자는 다 편해요. 섰다가 앉아보세요, 다 편하지. 다만 그 편안함만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친구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이 의자에 앉아 있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나와 잘 어울리는지. 내 모습이 근사해 보인다면 그 의자를 더 좋아하고 즐기게 될 테니까요. 의자도 옷을 입는 것과 같아요. 어떤 의자는 나를 눕게 하고, 곳곳에 앉아 있게도 하잖아요? 그런 밸런스를 고려해 의자를 선택하길 권합니다.
롤프 펠바움 비트라 명예회장도 비슷한 맥락으로 “앉았을 때 나를 좀 더 나아 보이게 하는 의자가 있다. 그게 바로 자신의 의자”라는 말을 했습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가구는 편안함을 주기도 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주는 존재이기도 하네요.
가구를 기능적 측면으로만 접근했다면 이렇게 좋아하고 즐기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 집 거실 한가운데에 있는 책장을 예로 들면 보통 가정집에서 이처럼 큰 책장을 가운데 둘 경우 불편해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 가구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서 여기 두었어요. 생활 동선을 고려하기보다는 가구를 감상하기 위한 배치를 즐기거든요.
집에서도 정말 다양한 가구와 의자를 사용하는데, 특별히 애착을 느끼거나 소개하고 싶은 가구가 있다면요?
제가 좋아하는 가구는 사람들이 안 좋아하더라고요. 검소하고 수수해 보이는 게 선을 넘어 중류층 이하의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요?(웃음) 지금 사용 중인 소파는 에곤 아이어만 Egon Eiermann의 디자인이고요. 바로 앞의 라탄 가구 역시 아이언만이 작업한 거예요. 같은 디자이너의 작품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희귀한 가구로 예쁘게 바라보고 있어요.
사실 제가 국내에 에곤 아이언만 의자를 널리 알린 사람 중 하나예요. 그리고 현관 입구 신발장으로 사용 중인 르코르뷔지에의 선반은 함부로 사용해서가 아니라 매일 즐기기 위한 용도로 이해해주세요.(웃음) 또 하나 이 집의 특징은 붙박이 가구가 없다는 점이에요. 붙박이장이 제공하는 편리함이 있지만 저는 언제든 가구를 교체하거나 레이아웃을 바꾸고 싶거든요. 특히 부엌 가구를 좋아해서 바꿔보는 중인데, 지금 사용하는 것은 이동형 불탑입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 UFO 같은 존재로 단연 눈에 띄는 가구는 이미경 작가의 작품이에요. 몇 년 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인생 사용법> 전시에서 선보였는데, 집에 들여놓았군요.
자신만의 공간, 가구를 만들자는 게 전시 콘셉트였어요. 벽과 천장이 있는 작은 집처럼 책장과 책상, 수많은 선반으로 둘러싼 가구인데 의자에 앉아 팔을 뻗으면 필요한 모든 물건에 손이 닿아요. 그래서인지 가구 안에 들어와 있으면 아늑하고 집중도 잘됩니다.
두 분이 함께하는 공간에 들이는 가구에 대해 별다른 의견 차이는 없나요?
저희는 취향이 너무 정반대예요. 식성도 달라서 아침 식사는 함께 하지만 점심이나 저녁은 각자 해결할 때가 많죠. 함께 산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다른 점을 발견한다니까요. ‘아, 이것도 다르네!’ 둘 다 생각을 발전시키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보니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섞이기보다 기찻길을 가는 것처럼 평행선을 그리죠. 그게 더 재밌어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가구에 타협은 없다고 생각해요. 전적으로 제가 결정하지만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하는 건 아니고요. 이미경 작가를 설득하고 허락을 구해요. 가구는 온 가족이 같이 쓰는 물건이니까요.
2020년 양평으로 집과 쇼룸을 함께 옮겼습니다. 기둥과 계단이 도드라지는 1~2층은 쇼룸으로, 3층은 집으로 사용하고 있죠. 조병수 건축가가 디자인한 이 공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취리히에 가면 강석호 작가랑 르코르뷔지에 파빌리온을 방문하곤 했어요. 르코르뷔지에의 마지막 건축물이잖아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집의 기울어진 각도라든가 지붕, 기둥 형태 등에서 르코르뷔지에 파빌리온에서 경험한 감정들을 느껴요. 이곳 땅을 매입한 후 친분이 있는 조병수 건축가에게 “땅 샀는데, 한번 보실래요?” 했더니, 양평의 땅집과 미음자집을 오가는 길에 들러 살펴보시고는 “창고 같은 건물인데 밖에서는 잘 안 보이고 안으로 쑥 들어오면 가구들이 보이는 그런 거 원하지?”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음이 딱 통했죠.
제 마음과 같아 좋다고 했더니 그림을 한 장 그려주셨어요.(웃음) 저를 잘 아는 분이니 공간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보다 적당하게 틀을 짜주면 본인 취향대로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신 거죠. 항상 변화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집의 기본 형태만 갖춘 채로 지었습니다. 빈 공간을 봤을 때는 건축의 힘이 셀 줄 알았는데, 가구를 들이니 금세 융화되더라고요. 고수의 힘을 느꼈죠.
슬기로운 가구 생활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장 프루베나 르코르뷔지에 같은 대가의 마스터피스부터 섭렵하게 되면 시작부터 기준이 높아집니다. 가구에 등급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륜을 쌓아가면서 다양한 가구를 만나고 즐길 수 있을 텐데, 그런 재미를 건너뛰는 아쉬움이 있어요. 처음부터 샤넬이나 에르메스 가방으로 입문하면 개성 있고 재미있는 제품이 많은데도 선뜻 들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저는 조심스럽게 올라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둔 길을 미리 따라가지 말라고요.
그러고 보니 이 집에는 새 물건이 없는 것 같은데요?
어릴 때도 엄마가 새 운동화를 사주시면 일부러 연탄재를 발로 차거나 더럽혀서 내가 새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는 버릇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파티나를 선호하는 건 아니고, 옛날 물건이지만 상태가 괜찮은 것을 좋아합니다.(웃음)
매거진 <C>가 모든 인터뷰이에게 건네는 질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의자는 무엇인가요?
페르디난트 크래머 Ferdinand Kramer의 ‘크래머 체어 Kramer Chair’요. 수수한데 제 눈에는 아름답게 보여요. 20유로 정도 주고 구매했지만, 저에겐 이 의자가 장 프루베의 스탠더드 체어나 마찬가지예요.(웃음)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를 위해 디자인했는데, 의자 하면 떠오르는 기본 형태를 갖췄죠. 이 의자에는 단순한 비밀이 있어요. 겉으로 보면 나사로 박은 부분이 보이지 않는데, 속으로 안 보이게 처리했죠. 1950년대에 대량생산 한 의자에 그런 섬세한 기술을 쓴 거예요. 언제든 제일 좋아하는 의자가 바뀔 수 있지만, 지금은 이런 미감을 좋아한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직업이 가구를 다루는 일이라 좋아하는 의자가 계속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아하는 의자를 바꿀 수 있는 여유랄까요? 한번 사면 평생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제게는 없어요. 그러다 보니 현재 쓰고 있는 의자가 애착 가구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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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UTEUIL GRAND CONFORT
1928년 르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포퇴유 그랑 콩포르의 위대함은 단순히 ‘편안함’에 있지 않습니다. ‘의자는 앉기 위한 기계’라는 새로운 개념과 당시로선 최신 소재였던 강관을 사용한 혁신적 이미지로 근대를 함축하는 아이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르코르뷔지에 건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직·수평 요소와 모듈러 개념, 필로티 구조 등을 차용한 형태는 의자를 건축이라고 한 르코르뷔지에의 말을 상기시킵니다. 즉 포퇴유 그랑 콩포르는 기계처럼 순수한 형태, 단순한 구조 체계에서 비롯한 규율과 질서,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 연관성이 한데 어우러져 풍성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위대한 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