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모더니스트의 소호 아파트

그래픽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루바 아부니마는 5년 전, 이곳 뉴욕 소호에 자리 잡았다. 그의 공간은 오랜 시간 소중히 모아온 아트 컬렉션과 벽면을 빼곡히 메운 책, 그리고 가족과 일상에서 주고받는 비밀스러운 농담으로 가득하다.

에디터 신현비 | 포토그래퍼 블레인 데이비스

© Blaine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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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책들을 포함해 집 안의 물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단순한 인테리어 요소는 아닌 듯한데, 당신의 동반자 혹은 어떤 사연을 간직한 유물 같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 물건들은 모두 그 자체로 유의미합니다. 실질적 용도가 없더라도 디자인, 순수미술, 타이포그래피, 도자기, 사진처럼 제 관심 분야와 연결되어 있죠. 신중하게 고른, 잘 디자인된, 그리고 저마다 의미를 지닌 물건으로 주변을 채우는 것을 귀중히 여깁니다.
그 중에는 오직 당신만 이해할 수 있는, 조용한 ‘암묵적 농담’ 같은 것도 있지 않나요?
당연하죠! 제 집은 저만의 농담으로 가득해요. 저에게 이 농담들은 정말 소중하고요. 예를 들면, 이 플라스틱 인형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슬픔이'라는 캐릭터예요. 딸아이는 제가 슬픔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집 안 이곳저곳을 천천히 찾아보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살 수 있는 작은 슈퍼마리오 자동차 장난감들이 숨어 있을 거예요.(웃음)
© Blaine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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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미술 작품도 눈에 띕니다. 당신은 언제나 아트 컬렉터가 되고 싶어 했다고요. 미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규칙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은 그래픽디자인에 관한 작품입니다. 파리의 한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68혁명의 시위 포스터를 세심하게 액자에 넣어 보관하는 것처럼요. 이 작업들은 역사적으로는 의미가 있만, 애초에 예술 작품으로 간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죠. 저명한 포토저널리스트 래리 토월 Larry Towell과 대니 라이언 Danny Lyon의 사진도 소장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정말 아끼는 작품 중 하나는 친구이자 동료인 천재적 아티스트 시부야 쇼 Sho Shibuya의 그림이에요. 이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어요.
© Blaine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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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구는 어떻게 선택하나요? 거실 한가운데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포퇴유 그랑 콩포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성인이 되어 첫 가구를 고를 때 그 무엇을 봐도 ‘이거다’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포퇴유 그랑 콩포르는 예외였죠. 저는 본질적으로 모더니스트예요. 특히 지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바우하우스 철학에 깊이 빠져있죠. 20세기 초의 가구가 여전히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이 가구들이 제 공간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기쁨을 느낍니다. 제 모든 거처에는 포퇴유 그랑 콩포르가 있어요. 여태껏 그 어떤 다른 소파나 암체어를 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죠.
© Blaine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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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퇴유 그랑 콩포르에 앉아서는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주로 기대어 있어요. 놀랍게도 제 체형에 딱 맞아서, 독서를 하거나 맥북으로 작업할 때 아주 편안하죠. 매일 아침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분주한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하루 중 유일하게 평온한 시간이에요.
포퇴유 그랑 콩포르와 함께 놓으면 완벽할 것 같은 오브제를 꼽는다면요?
하나만 꼽자면 위대한 디자이너 디터 람스 Dieter Rams의 비초에 Vitsoe 선반 시스템이요.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디터 람스의 열렬한 팬입니다. 한번은 비초에가 주최한 파티에 제 606 선반 시스템 선반을 들고 가 바닥에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죠. (웃음)
현재 몽클레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죠? 창작자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한 경험이 디자인 접근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래픽디자인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기초라고 생각해요. 그래픽디자이너로서 가진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브랜드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티파니앤코, 레브론, 시세이도, <엘르> 매거진 같은 유서 깊은 브랜드와 함께했다는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죠. 각각의 브랜드가 제시한 저마다의 도전 과제 덕분에 의미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과 일할 좋은 기회를 얻었고요.
당신의 창작 철학을 하나의 오브제로 구현한다면 무엇이 될까요?
아이폰요. 형태와 기능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디자인이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업무 외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 많고 길어요. 패션, 예술, 역사, 건축, 음악, 젊은 세대,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영감을 주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죠. 그래도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이 되어주는 건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인 것 같아요. 뉴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거든요.
© Blaine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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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각광받는 곳, 민족부터 인종, 국가, 문화까지 다양한 특성을 품을 수 있는 도시죠. 당신은 디자인업계에서 다양성과 대표성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왔는데요, 이러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에게 다양성은 필수 가치예요. 디자인업계에서 소외된 환경에 있는 젊은이들과 경험을 나누고, 멘토링을 통해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스위스인이지만 요르단에서 태어났어요. 팔레스타인 출신인 부모님이 1948년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죠. 이후 이탈리아, 런던, 뉴욕, 파리 등 여러 도시에서 생활하며 일해왔고요. 각각의 도시는 저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었고, 시야를 넓혀주었어요. 엄청난 행운이었죠. 여행 역시 단연코 가장 값진 교육이자 경험이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예술의 가치를 깊이 감상하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죠.
이틀 전 유럽 출장에서 돌아왔다고 들었어요. 업무를 수행하며 시행착오를 겪거나 도전에 직면한 적이 있나요?
매일매일 달라요. 무엇보다 여러 개의 시간대를 넘나들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일과를 일정하게 정하기가 쉽지 않죠. 가능한 한 창의적 작업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단순한 디자인 역량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아 예상치 못한 도전이 따르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협업하며, 그들의 창의적 에너지가 제 작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5년 후 다시 당신의 공간을 촬영한다면 변해 있는 것, 반대로 변함없이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5년 후라면 더 넓은 곳으로 이사했길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든 가구가 그대로 함께 있을 거예요. 달라진다면 예술 작품과 책이 좀 더 늘어난 것 정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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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FAUTEUIL GRAND CONFORT 표지

FAUTEUIL GRAND CONFORT

1928년 르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포퇴유 그랑 콩포르의 위대함은 단순히 ‘편안함’에 있지 않습니다. ‘의자는 앉기 위한 기계’라는 새로운 개념과 당시로선 최신 소재였던 강관을 사용한 혁신적 이미지로 근대를 함축하는 아이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르코르뷔지에 건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직·수평 요소와 모듈러 개념, 필로티 구조 등을 차용한 형태는 의자를 건축이라고 한 르코르뷔지에의 말을 상기시킵니다. 즉 포퇴유 그랑 콩포르는 기계처럼 순수한 형태, 단순한 구조 체계에서 비롯한 규율과 질서,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 연관성이 한데 어우러져 풍성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위대한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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