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파티가 열리는 타투이스트와 작가의 집

에디터 정승혜 | 포토그래퍼 블레인 데이비스


은은한 인센스 향과 시야가 탁 트이는 거실, 감각적인 소품,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갈색 토고 소파까지. 마치 어느 감도 높은 브랜드의 쇼룸에 온 듯 멋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코코 로맥과 마스 호브레커의 브루클린 집. 여행을 다니며 모은 오브제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가구로 가득 채운 이들의 집은 함께 살고 있는 닥스훈트 형제 팡코와 피에처럼 흙내음이 날 것 같은 따뜻한 색깔이다.

이 인터뷰는 8호 '토고'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Blaine Davis | LGBTQ+ 커뮤니티의 하우스 파티가 열리는 코코와 마스의 집. 마스는 요리를 하고 코코는 손님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들의 별명은 '아빠와 엄마'
@Blaine Davis | LGBTQ+ 커뮤니티의 하우스 파티가 열리는 코코와 마스의 집. 마스는 요리를 하고 코코는 손님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들의 별명은 '아빠와 엄마'

뉴욕 타임스 <티 매거진 T magazine>의 에디터인 코코는 고등학교 시절 문학 잡지 에디터를 시작으로 MTV 뉴스와 <아웃 Out> 매거진 등 여러 매체에서 정체성•문화•패션 등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루며 LGBTQ+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글을 써왔다. 퀴어 창작가와 활동가들의 문장과 연설을 큐레이션한 첫 책 <Queer>와 퀴어 댄서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두 번째 책 A Sense of Shifting: Queer Artists Reshaping Dance>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코코가 언어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전달해왔다면, 마스는 몸을 매개로 감정과 기억을 표현하는 타투이스트다. 전통적인 타투 숍들이 퀴어에게 편한 공간은 아니던 시절, 친구들에게 단순한 타투를 하나둘 그려주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10년 차가 됐다.

@Blaine Davis | 거실 옆 다이닝 룸의 아치 아래에는 써드카인드 스튜디오 Thirdkind Studio의 테이블과 뉴욕 기반의 디자이너 닉 듀릭 Nick Durig의 의자를 배치했다.
@Blaine Davis | 거실 옆 다이닝 룸의 아치 아래에는 써드카인드 스튜디오 Thirdkind Studio의 테이블과 뉴욕 기반의 디자이너 닉 듀릭 Nick Durig의 의자를 배치했다.

2~3시간 동안 클라이언트의 몸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다 보면 감정적 소모가 많지만, 그 시간이 누군가에겐 위로이자 정화의 경험이 되기도 해요. 타투를 마친 뒤 아무 말 없이 포옹을 청하는 사람도 있고요. 저에게 타투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커뮤니티적 표시(marking)를 하는 의식에 가까워요."

@Blaine Davis | 마스의 타투 스타일에 영감을 준 1950-1970년대 초 게이 시각문화 매체 <피지크 Physique>
@Blaine Davis | 마스의 타투 스타일에 영감을 준 1950-1970년대 초 게이 시각문화 매체 <피지크 Physique>

밤이 찾아오면 이들의 삶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코코는 '코코오케 Coco-oke'란 이름의 가라오케 나이트의 호스트이고, 마스는 퀴어 스트립쇼 서스트 나이트 Thirst Night의 공동 호스트 겸 퍼포머로서 LGBTQ+ 커뮤니티가 안전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커뮤니티 호스팅은 때마다 열리는 하우스 파티로도 이어지며, 주로 마스가 요리를 하고 코코가 손님을 맞는다. 이들이 커뮤니티에서 '아빠와 엄마'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Blaine Davis | 토고 옆에 놓인 퀸스 노구치 뮤지엄 숍에서 구입한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Akari 플로어 램프와 잭래빗 스튜이도 Jackrabbit Studio의 처비 체어 Chubby Chair.
@Blaine Davis | 토고 옆에 놓인 퀸스 노구치 뮤지엄 숍에서 구입한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Akari 플로어 램프와 잭래빗 스튜이도 Jackrabbit Studio의 처비 체어 Chubby Chair.

2021년에 구입해 친구이자 건축가인 마이클 야린스키 Michael Yarinsky와 함께 레노베이션한 이 집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십분 반영돼 있다. 거실과 주방을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연결하고, 그 중심에 6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는 토고 소파를 들인 것. "저희가 갖고 싶던 공간은 흙 내음이 나는 듯한 따뜻함, 그리고 몸을 맡기고 싶어지는 절제된 분위기의 집이었어요. 야구 글러브 같은 이 빈티지 토고 소파를 온라인에서 발견하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몇 달에 걸쳐 폴란드에서 배송을 받았는데, 팬데믹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동안 버블랩에 싸인 채 이 방 저 방 옮겨 다녔어요. (웃음)" 평소 마스는 토고 소파의 구석자리에 앉아 드로잉을 하고, 코코는 주로 그 옆에 앉는다. 다리가 짧은 강아지들도 무리 없이 오르내리며, 자연스레 거실이 집의 중심이 되었다.

@Blaine Davis | LGBTQ+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는 렌즈 lens 기반 아티스트 파시피코 실라노 Pacifico Silano의 사진
@Blaine Davis | LGBTQ+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는 렌즈 lens 기반 아티스트 파시피코 실라노 Pacifico Silano의 사진

두 사람은 10년 전, 데이트 앱을 통해 부시윅의 한 바에서 처음 만났다. 둘은 1년 뒤 결혼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일주일 이상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올봄, 이들은 첫아이를 맞이한다. 코코는 오피스로 쓰던 방을 아기 방으로 바꾸느라 분주하다. 마스는 폴댄스를 잠시 멈추고 커피도 하루 한 잔으로 줄였다. 집 안의 리듬도, 몸의 리듬도 조금씩 달라지며 이들의 삶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말한다. "새로운 챕터로 들어서도 커뮤니티와 함께 활동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변함없이 이어나가고 싶어요."

@Blaine Davis | 코코와 마스는 닥스훈트 형제 팡코와 피에와 함께 살고 있다.
@Blaine Davis | 코코와 마스는 닥스훈트 형제 팡코와 피에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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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TOGO 표지

Issue.08 TOGO

1973년 미셸 뒤카로이가 디자인한 토고는 전통적 소파의 규범을 벗어난 형태입니다. 특유의 주름진 표면과 바닥에 직접 닿는 낮은 좌면, 올폼 구조의 내부는 당대 소파의 디자인 관습과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과 혁신성을 제시합니다. 1960‐1970년대 사회·문화적 변화를 갈망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하며 ‘시대 정신’을 반영했던 토고의 매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팬데믹 시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토고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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