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어백, 텐트 천, 버려진 담요로 의자를 만들다

에디터 유다미 | 포토그래퍼 김시진


독창적 형태의 의자를 선보이며 가구 디자이너로 주목받은 연진영은 아트 퍼니처의 영역을 거쳐, 현재는 맥락과 의도에 더욱 집중한 작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로 정체성을 다져가고 있다. 의자와 소파 같은 가구는 여전히 그의 작업에 등장하지만, 지금은 의미와 메시지를 담기 위한 하나의 형식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자동차 에어백, 텐트 천, 패딩, 생존 담요처럼 산업 현장에서 쓰임을 다한 소재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방식을 더해 작업을 이어간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크리스챤 디올, 나이키, 코오롱, RE;CODE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버려질 위기에 놓인 재료의 물성에 주름과 얼룩, 질감을 추가해 그것들이 어떤 조건과 맥락 안에서 다시 사용되고 인식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작업으로 보여준다.

이 인터뷰는 매거진C 5호 ‘토고’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Cjin Kim
©Cjin Kim
디자인적 요소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가깝다. 따라서 소파나 의자를 만들 때도 사용성을 전면에 두기보다 기능이 다소 흐려진 상태로 남아 있도록 둔다. 작업의 메시지보다 소파나 의자 같은 ‘형태’가 먼저 인식되는 경우 작업 전체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전시를 준비할 때도 각각의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하나의 장면을 바라보는 것처럼 경험하길 바라며 전체 구성을 잡는다. 또한 가구의 기능보다 가구와 공간이 관계를 맺는 방식에 초점을 둔 대형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의 주된 아이디어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가는 흐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나는 재고 패딩이나 텐트 천 등 버려진 소재를 ‘죽음에 가까운 상태’, 즉 껍데기에 비유한다. 반대로 생명으로 향하는 상태는 피부, 스킨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해왔으며, 최근 열린 개인전 <스킨십 Skinship>에서는 피부와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 생각을 드러냈다.
소파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패딩 소재를 다루면서다. 코로나19 시기에 대량으로 남겨진 재고 패딩을 활용해 소파를 만들기 시작했고, 패딩이 지닌 코지함과 안락함이 소파라는 형태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이후 소파 작업은 나의 주요 작업 흐름 중 하나가 됐다. 개인전 <스킨십>에서는 번데기를 연상시키는 주름진 형태의 작업 ‘주름꽃 번데기’를 선보였다. 이는 껍데기와 그 안에 존재하는 상태를 함께 떠올리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소파로 사용 가능하지만 해당 작업은 소파로 명명하지 않았으며, 소파인 동시에 설치 작품으로 읽히기를 의도했다.


©Cj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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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가장 최근에 마친 작업으로 DMZ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주름진 서식지’다. DMZ 안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는 과거 미군 주둔지였으며, 현재는 관광지이자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성을 대표하는 장소로 인식될 뿐 아니라 외국 군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이 장소성이 작업을 구상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실제로 사용하던 미군 텐트를 가져와 설치 구조물에 활용했다. 작업의 주제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이었고, 장소가 지닌 역사성과 소재가 자연스럽게 맞물리기를 바랐다. 오래전부터 DMZ에서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로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다.
해칭룸 HATCHINGROOM 프로젝트는
국내 패션 브랜드 ’해칭룸과 협업한 대형 설치 작업이다. 버려질 위기에 처한 재고 원단을 활용해 안락하고 유연한 라운지 공간을 만들었다. 토고 소파의 모듈 시스템을 모티프로 여러 개의 유닛을 결합해 완성한 이 프로젝트는 관객이 직접 머물고 사용할 수도 있다. 폐기를 앞둔 소재와 토고에서 차용한 구조를 결합해 버려진 재료를 출발점으로 가구와 설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을 구성했다.



©Cj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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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영의 작업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죽음, 생명, 순환.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놀라운 의자는
토고다. 비교적 큰 공간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모듈 소파의 아이디어를 자주 활용했다. 넓은 공간에 안락한 감각을 더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토고 소파를 떠올렸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자연스러운 주름과 모듈 구조는 나의 작업 세계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코닉 의자와 소파를 좋아하지만, 토고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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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TOGO 표지

Issue.08 TOGO

1973년 미셸 뒤카로이가 디자인한 토고는 전통적 소파의 규범을 벗어난 형태입니다. 특유의 주름진 표면과 바닥에 직접 닿는 낮은 좌면, 올폼 구조의 내부는 당대 소파의 디자인 관습과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과 혁신성을 제시합니다. 1960‐1970년대 사회·문화적 변화를 갈망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하며 ‘시대 정신’을 반영했던 토고의 매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팬데믹 시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토고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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