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노 '문 체어' 출시, 디자이너 닉 로스를 만나다

에디터 김선진 | 사진 제공 위키노


국내 디자인 가구 브랜드 위키노가 스웨덴 디자이너 닉 로스 Nick Ross와 협업한 신제품 '문 체어 Moon Chair'를 출시했다. 등받이에 보름달이 떠오른듯, 유니크한 인상을 지닌 문 체어는 위키노가 앞으로 전개할 독창적 컬렉션을 예고한다.

위키노는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We Create The Scene)”를 슬로건 삼아 일상을 더욱 밝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인다. ⓒ wekino
위키노는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We Create The Scene)”를 슬로건 삼아 일상을 더욱 밝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인다. ⓒ wekino

위키노는 2014년 서울에서 시작했다. 스튜디오 힌지·구오듀오 등 국내 디자이너와 활발하게 협업해왔고, 2025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 이광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며 브랜드 방향을 새롭게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2026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 Salone Del Mobile에서는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 Note Design Studio·야기사와 도시키 Toshiki Yagisawa 등 해외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컬렉션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등장했다.

문 체어의 목업 이미지 ⓒ wekino
문 체어의 목업 이미지 ⓒ wekino

올해 새롭게 론칭하는 ‘문 체어’는 스웨덴 가구 디자이너 닉 로스의 디자인이다. 등받이 중앙의 원형 디테일이 마치 동그란 달을 떠올리게 하는 의자로, 원통형 다리의 묵직함과 어우러져 단순하면서도 신비로운 인상을 만든다.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닉 로스 ⓒ Nick Ross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닉 로스 ⓒ Nick Ross
닉 로스의 디자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간결한 형태 속에 담긴 디테일이다. ⓒ Nick Ross
닉 로스의 디자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간결한 형태 속에 담긴 디테일이다. ⓒ Nick Ross

디자이너 닉 로스는 2014년 스톡홀름에 자신의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오래된 역사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그는 종종 인류의 행동 양식이나 고대 유물에 깃든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위키노와는 올해 '문(Moon)' 컬렉션과 '살(Salle)' 컬렉션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문 체어' 출시를 맞아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더반베를린 신사에서는 전시 <Moon Chair Landing in Seoul>도 진행된다. 론칭 행사를 앞두고 닉 로스에게 이번 컬렉션의 배경과 디자인 과정에 대해 물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활동하고 있죠. 위키노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시작은 이광호 디자이너에게서 받은 문자 한 통이었어요. 이전에 디자인 위크에서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죠. 연락을 받았을 때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기분 좋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위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무척 신뢰하게 됐죠.
2026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선보인 위키노 컬렉션 ⓒ wekino
2026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선보인 위키노 컬렉션 ⓒ wekino
위키노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처음 위키노를 알게 된 건 2024년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에서였어요. 위키노는 비교적 젊은 브랜드이고, 컬렉션도 아직은 작은 편이죠. 저는 이런 단계에 있는 팀과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사실 브랜드가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하더라도,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알 수 없잖아요. 하나씩 현실이 되고, 서로의 이야기가 실제 결과물로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부터 계속 오르막길을 걷는 기분이거든요. 그런데 첫 미팅부터 제 아이디어를 편하게 제안해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좋은 출발인 거죠. 그래서 저는 거의 ‘올인’하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웃음)
올해 위키노와 함께 ‘문’ 컬렉션과 ‘살’ 컬렉션 두 가지를 선보일 예정이죠. 이번 협업을 통해 어떤 것을 만들고자 했나요?
목표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었어요. 위키노가 준 브리프 자체는 굉장히 느슨했습니다. 선반이나 테이블을 제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그런데 저한테 의자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요. 다이닝 체어예요.” 그랬더니 “오, 다이닝 체어도 좋겠네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브리프이면서 동시에 브리프가 아니었던 셈이죠. (웃음) 개인적으로는 제품과 예술 작품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중간 지대’에 있는 제품이 위키노 컬렉션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스톡홀름에서 제작한 프로토타입 ⓒ Nick Ross
스톡홀름에서 제작한 프로토타입 ⓒ Nick Ross
스톡홀름에서 제작한 프로토타입 ⓒ Nick Ross
스톡홀름에서 제작한 프로토타입 ⓒ Nick Ross
프로젝트 내내 원격으로 소통했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확실히 이런 방식의 협업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도 이렇게 화상 통화로 이야기하고 있고요. 그래도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원격으로 협업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꽤 순조로웠어요. 다만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일수록 초기 설정값을 잘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생산 기술을 갖추고 있는지처럼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논의했고, 그 조건 안에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작업했어요. 예를 들어 문 체어를 만들 때 주요하게 논의했던 것 중 하나가 어떤 목재를 사용할 것인가였습니다. 한국에서 어떤 목재를 구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 구조로 만들었죠. 강성을 위해 너도밤나무를 써야 한다거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소나무를 써야 하는 식의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한 거예요. 최대한 깔끔하고 단순하게, 가능한 한 직관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들을수록,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무언의 신뢰가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서로 꽤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을 때는 그런 관계가 큰 도움이 되죠. (웃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고, 큐레이션은 이광호 디자이너에게 온전히 맡겼어요. 모든 일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됐죠. 이런 관계가 무척 묘하면서도 특별했어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가진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이끌면서 제 작업을 해석해주는 상황이잖아요. 이런 경우는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죠. 아주 긍정적인 의미에서요.
문 컬렉션 ⓒ wekino
문 컬렉션 ⓒ wekino
문 컬렉션은 어떤 생각에서 출발했나요? 이름과 단순한 조형, 특히 문 체어 등받이의 원형 창이 익숙한듯 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씩 별개로 만드는 것보다는 완결된 컬렉션을 만드는 것을 선호해요. 그러다 보면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프가 생겨나기 마련이죠. 문 컬렉션은 보는 사람에 따라 귀엽게 보일 수도, 한편으로는 투박하고 거칠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름으로 좀 더 신비롭고 기묘한 느낌을 더했죠. 의자 등받이에 뚫려 있는 원형 구멍을 달로 상정하고, ‘문 컬렉션’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등받이의 원형이 처음부터 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니었던 거군요?
그보다는 좀더 기능적인 이유였어요. 덩치가 있는 가구는 잡을 곳이 없으면 옮기기가 어렵거든요. 다만 손잡이를 하나의 디자인적 선언으로 활용하고 싶었죠. 그래서 의자 등받이에 큰 구멍을 냈습니다. 이 원은 한눈에 보면 보름달 같지만, 특정 각도에서는 초승달처럼 보인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테이블에도 동일한 링 형태의 디테일을 적용했고요. 그렇게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언어가 만들어진 겁니다.
의자 등받이와 테이블 상판의 '문' 디테일 ⓒ Nick Ross
의자 등받이와 테이블 상판의 '문' 디테일 ⓒ Nick Ross
ⓒ Nick Ross
ⓒ Nick Ross
가구의 모티프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당신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라면 늘 주변을 관찰하며 소재나 구조, 디테일 따위를 살펴야 하죠. 저는 그중에서도 역사 속 이미지와 이야기를 많이 참고합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사물을 탐구하며 자연스럽게 쌓인 저만의 데이터베이스가 있다고 할 수 있죠.(웃음) 의자나 꽃병, 촛대처럼 사물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워요. 고대 그리스부터 멕시코, 프랑스, 스칸디나비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형태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형태를 해석하고, 오늘날의 맥락에서 재창조하는 것을 좋아해요. 처음 보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주는 결과물이 나오죠. 마치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요.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더해집니다. 저는 그런 감각을 작업에 담고 싶어요. 그러면 한국 사람이든, 스웨덴 사람이든, 네덜란드 사람이든 비슷한 지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만들어지거든요.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스타일을 따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요소를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가며 감정의 근원을 찾아가는 식이네요.
정확해요. 기묘하고 신비로운 것들을 보면서 그 느낌을 내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가를 찾는 거죠. 훌륭한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과도 비슷해요. 좋은 SF 영화에는 늘 인간의 본질과 관련된 요소가 들어 있거든요. 스타워즈의 시리즈의 첫 시작이 "아주 먼 옛날, 머나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인 것 처럼요. 이건 미래처럼 보이는데 과거라니? 이런 사소한 요소들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결과물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문 스툴 ⓒ Nick Ross
문 스툴 ⓒ Nick Ross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의자는 무엇인가요?
필립 스탁의 웬디 라이트 체어 Wendy Wright Chair요. 특히 전체가 검정색인 버전이 좋아요. 시크하면서도 너무 고상하지 않고, 세련된 멋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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