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숲속에 지은 오두막

Editor Kyurie Shin | Photographer Valentina Vos

네덜란드 북부 도시 흐로닝언 Groningen 근교엔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구불구불한 강물이 흐르는 드렌트세 아 국립공원 Drentsche Aa National Park이 있다. 마치 17세기 풍경화에서 나온 것 같은 이 숲은 오늘날 지젤 아자드와 루메르 반 훌젠 커플이 만들어나가는 자유로운 삶의 캔버스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작은 주택과 오두막 두 채를 가꿔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생기 넘치는 생활은 그 자체로 닮고 싶은 삶이다.

이 인터뷰는 7호 'PK22'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Valentina Vos
©Valentina Vos


이 깊은 숲속으로 이주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세요.
GA 저희는 둘 다 줄곧 대도시에서 살았어요. 이곳으로 오기 전엔 아파트에 거주했고요. 처음엔 도시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팬데믹을 겪으면서 점점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네덜란드 곳곳을 산책하다가 지금 있는 드렌트세 아 국립공원을 알게 됐어요. 이곳의 집들은 대부분 대대로 가족 소유라 매물이 거의 없었는데, 1년쯤 지나 이 부지가 시장에 나왔다는 정보를 접했죠. 당시엔 LA에 머물고 있던 터라 직접 보지도 못한 채 오퍼를 넣었고, 다행히 계약이 성사되었어요. 이곳을 실제로 본 건 계약이 끝난 후였죠. 부지에는 주 거주 공간인 집 한 채와 큰 오두막 한 채, 창고 같은 작은 오두막 한 채가 있는데 건축가와 함께 이 공간들을 고쳐나가고 있어요. 올해 초에 첫 번째 프로젝트인 이곳 큰 오두막의 레노베이션이 완성되었습니다.
도시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 꽤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GA 팬데믹을 겪으며 도심 생활이 전혀 그립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엇보다 우리만의 비전을 펼쳐나갈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기대감이 생겼죠. 레노베이션은 팬데믹 시기에 인상 깊게 본 숲속 주택을 설계한 건축가에게 의뢰했어요. 그때부터 ‘자연 속에서 살아보자’는 구상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아요. RH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새로운 삶의 장을 여는 기분이라 굉장히 설렜어요. 해야 할 일도,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았지만 오히려 너무 깊게 고민하지 않은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살아보니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잘 맞아요.
©Valentina Vos
©Valentina Vos
숲속 생활은 두 분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각각 작가와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는 상황에서 이곳 생활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GA 우리 둘 다 ‘완전한 백지의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자라온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늘 어떤 틀이나 이미지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어떤 기대나 기준도 없는 곳, 오롯이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자연은 그런 점에서 완벽한 환경이죠. 세상에서 유일하게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강요가 없는 곳이니까요. 외부의 간섭이 없으니 오롯이 나 자신, 내 생각, 내 비전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하는 모든 일과 행동은 정말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느껴요. 요즘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이런 환경이 주는 선물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창작자에게는 그야말로 큰 축복이죠. RH 그래픽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일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손으로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어요. 도시에서 살 때도 집을 조금씩 직접 고치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발견했죠. 건축과 가구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고요. 그런 점에서 이 부지는 우리에게 ‘삶 자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름 내내 거실처럼 쓰던 피크닉 테이블도 페르시안 새해 축제인 노루즈 Nowruz 파티를 위해 직접 만든 거예요. 최근에는 도예도 시작했죠.


©Valentina Vos
©Valentina Vos


숲속에 사는 지금의 삶은 일과 어떤 균형을 이루고 있나요?
RH 팬데믹 이후로 줄곧 재택근무를 해왔지만, 오두막이 완성된 뒤에는 일하는 공간을 명확히 분리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 사무실로 출근해 그래픽디자인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그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이 부지를 어떻게 가꿔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GA 저는 작가라 조금 달라요. 오두막에서도 글을 쓰죠. 다만 이곳에 온 뒤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어요. 오두막에는 일부러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았거든요. ‘언제 연결되고, 언제 단절할 것인가’를 스스로 정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컴퓨터 대신 펜으로 글을 씁니다. 오두막 안에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조용히 글자를 써 내려가는 그 시간이 참 좋아요.
이 오두막에 가장 먼저 두고 싶은 가구로 PK22를 꼽았죠. 언제부터 이 의자를 염두에 두었나요?
GA 오두막을 어떻게 고칠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무드보드를 만들었어요. 특정 가구를 찾기보다 우리가 그리는 공간의 인상, 소재, 질감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의 이미지를 모으는 데 집중했죠. 그러던 중 ‘케인 Cane(등나무 줄기) 버전’의 PK22를 발견하고 확신이 들었어요. ‘우리가 오두막을 어떻게 꾸미든, 이 의자는 꼭 있어야 해’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PK22는 우리가 오두막을 위해 구입한 첫 번째이자 유일한 가구예요. 우리는 이 오두막이 지금 막 만든 공간인지, 혹은 30년 전부터 존재해온 공간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시간을 초월한 분위기를 지니길 바랐어요. PK22는 그 의도에 꼭 맞는 의자였죠. 눈에 띄는 디자인이라기보다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고유한 존재감으로 전체의 균형을 완성해줍니다. RH 저는 원래 가죽 시트 버전의 PK22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 오두막에는 케인 버전이 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죠. 스틸과 자연 소재의 조합이 우리 두 사람의 취향을 동시에 담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우리는 공간을 바라보는 큰 방향은 같지만, 추구하는 인상은 조금 달라요. 저는 도널드 저드 Donald Judd처럼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형태를 좋아하고, 아자드는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하며 우아한 미감을 지녔어요. 신기하게도 그 두 감성이 이 오두막 안에서 아주 잘 어우러지는데, 케인 버전의 PK22가 바로 그 조화를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가구라고 생각합니다.
PK22에 앉아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GA 오두막을 설계하고 짓는 데 약 2년이 걸렸어요. 거의 완성되어갈 무렵, PK22 한 쌍을 첫 번째 가구로 들였죠. 그때는 아직 바닥과 벽에 비닐이 덮여 있고, 주변에는 공구들이 흩어져 있었어요.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공간 한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둘이 나란히 앉아 첫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 순간 비로소 “여기가 정말 우리의 집이구나” 하고 실감했죠. 지금은 그 의자들이 제 작업실에 있는데, 각자 도예를 하거나 글을 쓰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함께 그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Valentina Vos
©Valentina Vos


아자드는 어린 시절 이란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서 ‘집’의 의미와 ‘소속감’에 대해 자주 탐구해왔는데요, 오두막으로 이주한 일은 그동안의 탐구를 직접 실천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GA 저와 훌젠은 아주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훌젠은 네덜란드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유년기를 보냈지만, 가족과 함께 다른 나라와 문화로 이주한 저는 그 반대였죠. 그럼에도 둘 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듯한 감정을 안고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 이곳을 설계할 때 건축가에게 “우리만의 ‘둥지’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이 오두막은 모두 열린 공간으로 설계되었어요. 부엌을 중심으로 양측 2개의 큰 공간이 경계 없이 이어지며, 쓰임에 따라 용도가 자유롭게 변해요. 욕실 문도 손잡이를 숨겨서 아는 사람만 열고 들어갈 수 있고요. 우리다운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 공간에 그대로 반영되었달까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공간을 생각했는데, 우리가 바라던 모습 그대로 완성되었습니다. RH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메인 하우스 역시 마찬가지예요. 거실과 침실도 따로 구분하지 않았어요. 그 대신 큰 부엌 하나와 앉을 수 있는 아늑한 코너를 몇 군데 두었죠. 공간의 용도를 넘어 자유롭게 움직이고 쉴 수 있다는 감각이야말로 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서로 다른 문화적 뿌리를 지닌 두 분이 함께 만들어가는 집이라, 그 배경이 공간과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날 것 같습니다.
GA 네, 맞아요. 저는 페르시아인이어서 어릴 때부터 집에는 늘 카펫이 있었어요. 우리 문화에서 카펫은 공간에 따뜻함을 더해주는 존재이자, 비로소 ‘집이 되었다’고 느끼게 하는 상징 같은 거예요. 이 오두막의 바닥은 콘크리트고, 벽과 천장은 옅은 색의 나무로 되어 있어서 조금 차가운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글을 쓰는 공간에는 울 러그를, 부엌 쪽 복도에는 어머니가 테헤란에서 직접 가져온 오래된 킬림 Kilim 러그를 깔았어요. 이 러그를 통해 어린 시절 제가 느낀 집의 감각과 지금 제가 네덜란드에서 만들어가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떤 공간이든 카펫이 놓이면 훨씬 더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RH 저는 오랫동안 도예를 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어요. 실제로 지금 제 도예 선생님이기도 하고요. PK22 다음으로 우리가 제일 먼저 들여온 게 바로 아버지가 만든 도자기였어요. 처음엔 바닥에 그냥 놓기도 하고, 부엌이나 다른 곳에도 두었죠. 지금은 제 도자기와 함께 러그 위에 배치했어요. 무의식적으로 우리 둘 다 각자의 가족과 문화에 연관된 물건들을 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 같아요. 결국 의자, 도자기, 카펫 이 세 가지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죠.
앞으로 이 오두막을 어떻게 가꿔나갈 계획인가요?
RH 메인 하우스를 고치는 몇 달 동안 이곳 오두막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그때를 위해 오두막 안에 있는 작은 다락 공간을 침실로 꾸미고, 침대에 누워서 창밖으로 별을 볼 수 있도록 꾸밀 계획이에요. GA 저는 책장을 마련해 책 읽는 공간을 만들고, 더 큰 책상과 함께 훌젠의 도자기를 추가로 배치하려고 해요. 겨울이 다가오니, 더 따뜻하고 편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오두막 안에 추가할 것들을 구상 중이에요.


©Valentina Vos
©Valentina Vos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Magazine C PK22 표지

Issue.07 PK22

1956년 덴마크 디자이너 폴 케홀름이 선보인 PK22는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재료와 구조가 곧 형태가 되도록 설계해 스틸 프레임부터 가죽, 나사 등 의자의 모든 요소가 기능적으로 작동하며 조형적 아이덴티티를 만듭니다. 덴마크 전통 수공예의 정밀함을 현대 조형 언어로 확장한 폴 케홀름의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작업으로, 어느 공간에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동시에 조용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의자입니다.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