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취향의 디자이너가 요리를 즐기는 이유

에디터 김선진 | 포토그래퍼 마틴 브로쉬이츠

프레드리크 파울센은 의자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디자이너다. 그에게 집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소중한 생활 공간이자,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을 자유롭게 융합해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다. 벼룩시장, 경매,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물건들은 그의 창작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원천이 된다. 폴슨의 유년 시절을 채운 스케이트보드, 온전히 몰두하는 가구 디자인, 취미로 즐기는 요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즐거움과 영감을 주는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이 인터뷰는 매거진C 6호 ‘스툴 60’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Martin Bruse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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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펜하겐 스리데이즈오브디자인 3daysofdesign 행사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정말 반가웠어요. 당신의 브랜드 조이 오브젝트 Joy Objects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었죠. 어떤 계기로 브랜드를 만들었나요?
조이 오브젝트는 ‘기쁨을 주는 공간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저는 일상에서 소소한 여행 같은 경험을 즐기고, 제게 기쁨을 주는 것들을 추구해요. 조이 오브젝트의 가구들은 심플한 구조 위에 활기찬 색감을 더한 철제 가구로, 보는 재미와 함께 그루비한 느낌을 주죠. 모든 제품은 스웨덴에서 제작해 플랫팩 방식으로 전 세계에 배송하고 있어요.
런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 RCA에서 공부하며 론 아라드 Ron Arad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죠.
RCA에서 보낸 기간은 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쏟아내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실제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건 2010년, 졸업하고 난 뒤였죠. 학교에서는 학문적 분위기가 강해 모든 것을 철저히 설명하고 근거를 보여줘야 했는데, 그때는 왜 이런 작업을 하고 싶은지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졸업 후엔 완전히 자유로워져서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 없이 작업 자체에만 몰두할 수 있었죠.
©Martin Bruse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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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인 철제 가구를 선보이는 조이 오브젝트와 달리, 집 안에는 목재 의자가 대부분이고 앤티크 제품도 많네요. 의외입니다.
사실 그 점이 제게는 오히려 즐거움이에요. 스튜디오는 제 작업물로 가득한 창작의 공간이지만, 집에서는 제가 존경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거든요. 여기에 해변가에서 주운 돌멩이, 딸이 세 살 때 만든 작은 조각품, 경매에서 산 예술 작품이나 골동품 등 개인적인 물건이 어우러져 비로소 안전하고 편안한 저만의 집이 완성됐죠.
구석구석 독특한 의자가 눈에 띄는데, 의자 ‘마니아’라던 말이 실감나네요. 하나씩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나요?
거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의자는 샤를로트 페리앙의 메리벨 체어 Meribel Chair예요. 아주 소박하면서도 상징적인 형태라 정말 마음에 들어요. 부엌에 딸린 작은 다이닝 룸에서는 제가 만든 조이 오브젝트의 체어 원 Chair One 3개와 스벤 마르켈리우스 Sven Markelius의 오케스트라 체어 Orchestra Chair 1개를 함께 두었습니다. 1930년대 스웨덴 건축가의 디자인 작품으로,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특히 제 딸이 무척 좋아하는데, 다른 의자에는 앉지 않으려고 할 정도예요.(웃음) 1984년에 비트라에서 75점만 한정 생산한 가에타노 페셰 Gaetano Pesce의 그린 스트리트 체어 Greene Street Chair도 운좋게 보유 중이고,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조각적 형태가 드러나는 빈티지 드리아드 Driade 의자, 찰스 & 레이 임스 Charles & Ray Eames의 몰디드 플라이우드 라운지체어 LCW Molded Plywood Lounge Chair LCW, 알바 알토의 스툴 60도 가지고 있죠. 마지막으로 이름 모를 빈티지 의자가 있어요. 좌석은 낮고 등받이는 아주 높아서 특별한 기능을 위해 만든 것 같은데, 아마 교회에서 기도할 때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신비로운 모습이 매력적이에요.
다양하게 변주되는 의자 컬렉션은 어떻게 고른 건가요?
경매에서 낙찰받거나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디자인, 특히 의자를 고르는 데 매우 까다로운 편이고,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아니라면 아예 없는 편이 낫다는 주의예요. 이곳으로 이사했을 때도 한동안 집이 거의 비어 있었죠. 특별한 콘셉트나 계획을 세우는 대신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발견할 때만 들여놓았어요. 그러다 보면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여러 요소가 모이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죠. 뜻하지 않은 관계성이 생겨나기도 하고요. 스벤 마르켈리우스의 오케스트라 체어와 알바 알토의 스툴 60이 같은 시기에 활동하며 서로의 작업을 잘 알고 있었던 두 디자이너 사이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것처럼요.
©Martin Bruse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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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툴 60을 꽤 많이 소유하고 있는데, 역시 빈티지인가요?
스툴 60은 가장 오랫동안 수집해온 의자예요. 이 집에 이사 오기 훨씬 전부터 계속 모아왔죠. 처음 수집을 시작했을 때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이 길거리에 버리거나 컨테이너에서 꺼내는 걸 발견해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은 헐값에 얻었어요. 플리마켓에서 몇 페니 정도 주고 샀죠. 형편이 녹록지 않던 당시에는 이런 점도 매력적이었죠. 제가 스툴 60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흔함이었어요. 도서관이나 작업실 같은 공간에서 흔히 쓰이는 평범한 도구로, 특별히 고급 디자인 제품으로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요.
그래서인지 세월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네요. 상판 도장이 벗겨지거나 흠집이 있는 모습도 마음에 드나요?
저는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이나 한스 웨그너 Hans Wegner 같은 덴마크 모더니스트들의 디자인도 좋아하는데, 이들의 작업은 치수가 정교해 조금이라도 흠이 나면 보기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에 비해 스툴 60은 누군가 차고에서 사용하다가 기름이 묻었다 해도 오히려 그 흔적이 의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서로 다가오죠. 단순한 형태와 구조 덕분에 나이가 들어도 점점 더 아름다워지거든요. 저는 알토의 디자인처럼 마치 하드웨어 같은, 즉 DIY 매장 선반에서 구할 수 있을 법한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스웨덴과 핀란드 디자인은 서로 닮은 점이 많은 만큼, 스툴 60에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핀란드에서 스웨덴을 거쳐 덴마크까지 선을 그어보면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이어져요. 핀란드에는 스툴 60처럼 정직하고 기능적이면서도 다소 투박한 디자인이 많고, 덴마크는 이국적 목재를 활용한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이 두드러지죠. 스웨덴은 그 사이 어디쯤, 아주 거친 디자인에서부터 점점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페이드 아웃’되는 지점에 있죠. 개인적으로 저는 알토의 작업을 보면서 핀란드식 접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알바 알토의 작업에서 특별히 와닿은 부분이 있었나요?
저는 알토의 작업에서 일종의 촉각적 감각을 경험해요. 그의 가구는 건축의 연장처럼 여겨지는데, 저도 처음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비슷한 경험에서 비롯됐거든요. 어린 시절, 항상 스케이트보드를 탈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흥미로운 공간들을 접했죠. 버려진 건물 안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차고 같은 곳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을 배운 셈이에요. 버려진 작업장 건물을 탐험하면서 안에 있는 의자나 조명 같은 물건을 발견할 때면, 그것들이 특별히 화려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위해 존재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어요. 사회와 건축에서 나온 ‘유물’ 같은 느낌을 주는 물건에서 큰 영감을 받았죠. 스툴 60은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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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은 일부터 집 안 구석구석까지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어요. 디자인 외에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른 활동도 있나요?(웃음)
저는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요리할 때 저는 재료와 하나 된 느낌을 받는데,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오직 그 순간, 양파를 손질하거나 재료를 준비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거죠. 저에게 요리는 거의 명상과 같은 시간이에요. 또 한편으로는 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제대로 된 식사를 만들고 싶고요.
재미있네요. 가장 좋아하는 요리나 음식이 있다면요?
저는 그때그때 팬트리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걸 즐기는데, 주방에서도 마치 디자인하듯 요리하는 것 같아요. 갖고 있는 재료를 보고 가족이 좋아할 음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제 강점입니다. 요리는 도구나 재료부터 요리하는 행위와 먹는 즐거움까지, 제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어요. 장 보러 가서 싱싱한 식재료를 고르는 일이나 패키징을 일일이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고, 요리책이나 칼, 냄비, 팬, 식기 같은 도구를 수집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심지어 설거지처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조차 기분 좋아요. 도쿄 여행 중 철물점에서 발견한 식기 건조대를 캐리어에 넣어 끌고 돌아왔을 때는 순간적으로 제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만족스러워요. 의자든, 냄비든 애착을 갖는 물건들에 둘러싸이면 일상의 모든 일이 더 즐거워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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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Stool 60 표지

Issue.06 Stool 60

1933년 건축가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스툴 60은 핀란드인의 일상과 함께해온 의자입니다. 유치원, 학교, 도서관, 시청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자리하며, 기능과 쓰임을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자유롭게 변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의 민주적 가치'를 상징합니다. 알바 알토는 단단하고 치밀한 핀란드산 자작나무를 사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합판 곡목 기법으로 만든 L자형 다리를 적용해 제작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그 결과, 폭넓은 활용 가능성과 대량생산의 잠재력을 지닌 의자가 탄생했습니다. 스툴 60은 인간 중심의 건축을 추구한 건축가가 세상에 내놓은 가장 인간적인 의자라 불릴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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