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 위치한 레이어 한옥 아뜰리에는 지난 6월 17일(수)부터 27일(토)까지 "매일 곁의 조각들" 전시를 개최했다. 일상에서 곁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반지부터 화분, 의자에 이르기까지 총 세 팀의 작가들의 오브제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레이어 한옥 아뜰리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옥이 품고 있는 시간 위에 동시대적인 감각을 쌓아가는 것을 지향한다.
참여 작가는 세 팀이다. 기능성과 조형성을 겸비한 가구 및 제품을 만드는 비 포머티브, 3D프린팅으로 한국의 전통 조명 ‘호형주등’과 소반을 선보인 장문정 작가, 자연의 시간이 담긴 원석으로 실버 주얼리를 제작하는 일 스튜디오다. 오래된 것들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세 팀은 궤를 같이 한다.

한옥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명한 파란색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비 포머티브가 제작한 이 의자는 '세모난의자'라는 이름답게 세모 모양의 다리가 특징이다. 비 포머티브는 김예진, 이기용으로 구성된 서울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크래프트 콤바인’을 통해 공예성과 실험성에 초점을 두고 재료와 조형을 탐구했던 이들은 2020년부터 비 포머티브라는 이름으로 공예성과 사용자 경험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며 제품, 조명, 가구, 공간 디자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비 포머티브의 대표적 디자인 ‘네모난’, ‘세모난’, ‘동그란’ 의자 시리즈는 기본 도형들이 가구의 형태에 스며들어 군더더기 없는 인상을 만들어내며 공간에 차분함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모난의자, 동그란의자,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그레이 컬러의 2인용 벤치를 볼 수 있었다.


세모난의자는 삼각형 형태의 다리들이 연결되어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앉았을 때는 두 다리가 땅에 닿는 적절한 높이와 등받이 각도로 편안한 착석감을 구현했다. 또한 자작나무 합판에 핸드 페인팅으로 색을 입혀 나무결이 보일 수 있게 하고, 나사로 결합하는 방식을 택해 유지보수가 간편하게 했다. 비 포머티브가 매거진 C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고 오래가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것처럼 세모난의자의 구조와 마감 방식 곳곳에 공예적 감성과 실용성을 함께 고려한 태도가 녹아 있다.




공간 곳곳을 은은하게 밝히는 조명은 장문정 작가의 작품이다. 장문정 작가는 3D 프린팅한 작품을 열로 굽거나 염색 하는 등 다양한 공예 기법을 탐구하며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오랜 시간을 들이는 공예의 가치에 주목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서 한옥의 공간과 잘 어우러지도록 입자감이 살아있는 친환경 소재의 한국 전통 조명 ‘호형주등’을 제작했다. 이 외에도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한 반투명 스툴과 옥수수 필라멘트를 사용한 반투명 함을 볼 수 있다.


일스튜디오는 금속에 대한 탐구로 밀라노에서 시작된 주얼리 브랜드다. 원석과 실버볼을 돌려 끼울 수 있는 반지와 같이 독특한 형태미 그리고 칼세도니, 화이트 아게이트, 오팔 등 다양한 색감의 원석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옛 한옥과 동시대 작가들의 만남은 우리에게 낯섦과 익숙함이라는 감각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낯섦과 익숙함은 이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옥이라는 오래된 시간이 오늘의 사물들을 통해 생기를 얻고,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의 사물은 낯선 공간에서 도리어 제 형태를 뚜렷이 드러낸다.
세 팀의 작가들이 만든 오브제들 역시 낯섦과 익숙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일반적인 반지처럼 보이지만 원석을 바꿔 끼울 수 있는 독특한 일 스튜디오의 반지, 세모와 원과 같은 기본 도형을 가구의 형태로 만들어낸 비 포머티브의 의자, 전통 조명에 3D 프린팅 기법이라는 오늘날의 기술을 활용한 장문정 작가의 호형주등을 떠올려보면 된다.
낯섦과 익숙함은 이 전시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하나는 한옥과 현대 공예가 만나는 전시의 풍경이고, 다른 하나는 세 팀의 작가가 만든 오브제 하나하나에 담긴 모습이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리고 각각의 작품들을 마주하며 다시 한번 이 감각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전시 <매일 곁의 조각들>은 과거와 현재, 낯섦과 익숙함이 서로 경쟁한다기보다 서로를 비추며, 옛 것과 오늘의 것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