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by Mandrup

5년 동안 의자 하나를 디자인하면 생기는 일

에디터 김선진 | 바비 맨드럽


요나스 트람페다크는 2010년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 헤이 Hay, 프라마 Frama 같은 코펜하겐 기반의 컨템퍼러리 브랜드뿐 아니라, 프레데리시아 퍼니처 Fredericia Furniture, 아르코 Arco, 카락터 Karakter 등 전 세계 제조사와 협업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전통적 수공예 기술과 현대적 디자인 감각을 조화롭게 결합해 정밀한 디테일을 구현하고, 재료에 대한 실험과 손으로 직접 제작해보는 방식이 그의 작업의 중심이 된다. 동시에 그는 새로운 소재와 제작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구조와 형태, 재료의 정직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인터뷰는 매거진C 7호 ‘PK22’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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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은
강력한 지표이자 든든한 기반이다. 나고 자라며 접한 덴마크의 디자인 유산은 자연스럽게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마인드셋을 형성했다. 코펜하겐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서 ‘이제 밖으로 나가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야겠다’,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탐구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런던으로 갔다. 하지만 RCA에서 작업하며 결국 깨달은 것은 디자인 언어나 실험 방식을 반드시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지속적인 잠재력을 지닌 작업들이다. 완결된 이후에도 그 결과물이 계속해서 새롭게 파생될 수 있는 프로젝트가 그렇다.
내 디자인과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골동품 가게에서 쌓은 경험이다. 열두 살 때부터 앤티크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도우며 아주 기초적인 디자인 교육을 체험했다고 생각한다. 보는 시각을 기르고, 비율의 균형을 이해하며, 재료와 표면, 시대별 양식과 스타일을 보고 만지며 배우는 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가구 디자인을 시작한 후 한참 뒤에야 이 경험 덕분에 스스로 이미 많은 지식과 감각을 자연스럽게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2024년부터 헤이에서 제작하고 있는 타입 체어 Type Chair다. 5년에 걸친 긴 디자인 과정에서 나무 의자로 시작한 첫 스케치는 철제 의자를 거쳐 알루미늄 의자로 최종 완성되었다. 처음 구상한 디테일을 구현하기 어려워 여러 차례 재설계를 했고, 이 과정에서 도면 없이 어시스턴트와 함께 직접 제작을 실험하며 디자인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처음 생각한 구조 아이디어에서 지나치게 멀어지거나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높지는 않지만 외형이 도드라지는 등받이를 구현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선택했고, 그렇게 헤이에서 출시한 최초의 알루미늄 의자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특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디자이너로서 지향하는 작업 방식, 즉 구조와 소재에 집중한 과정과 결과가 다면적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의자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명확한 규칙과 조건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 이루어진다. 좌석과 등받이, 다리로 구성된 구조와 ‘앉는다’는 기능이 이미 정해져 있기에, 오히려 그 안에서 재료와 형태를 새롭게 시도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의자를 디자인할 때면 늘 똑같은 형태의 스케치로 시작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한 디테일이나 소재, 제작 방식을 떠올리면 이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작업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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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커피 테이블 Shim Coffee Table은
PK25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테이블 상판을 받치는 세 개의 강관 다리를 판형 베이스 구조가 지탱하는데, 이는 한 장의 강철판을 재단하고 구부려 일체형 프레임을 만든 폴 케홀름의 제작 방식을 오마주한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마치 조각과도 같은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작업실에서 직접 강철을 자르고 구부리는 가공 과정을 거쳐 모델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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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을 다루는 작업은
유연하고 관대하다. 목재 가구는 제작 과정에서 쉽게 손상되거나 작업 속도가 느린 반면, 강철이나 알루미늄은 가단성(malleability)이 높아 쉽고 빠르게 형태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얇은 금속의 경우 손으로 직접 성형이 가능한데, 이는 마치 3차원 공간에 그림을 그리듯 진행되는 작업이기에 좋아하는 방식이다.
리벳 Rivet 시리즈는
수공예와 산업 생산의 공생이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리벳은 금속판을 이어붙일 때 사용하는 굵은 못으로, 전통 수공예 기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품이다. 리벳 시리즈는 알루미늄 판에 리벳을 망치로 쳐서 수작업으로 결합하며, 모든 접합 부위에서 이 리벳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 특징이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용접이 어려워 수공예적 방식을 채택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루미늄 판을 90도 각도로 조립하는 것이 논리적이며 자연스럽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방식 덕분에 2016년부터 선반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의자, 선반, 테이블 등 총 8개의 제품으로 시리즈 전체를 용이하게 확장할 수 있었다.
공간 속 가구의 역할은
생생한 질감을 더하는 것이다. 올바른 소재를 선택하면 공간과 가구 모두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파티나 patina가 생기는 유기적 소재를 선택해, 가구가 공간과 자유롭게 어우러지도록 한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은 완전히 가공하지 않을 경우 흠집이 생기고 산화가 진행되며 파티나가 생기는데, 이러한 과정을 활용해 마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시각적으로는 비례와 균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공간 속 가구가 모두 마치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것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이는 마치 새로 오픈한 에어비앤비나 잘못 디자인된 호텔과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정 디자인 사조나 스타일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간과 가구는 단순히 스타일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요나스 트람페다크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재료에 대한 탐구(material exploration), 그리고 수공예적 접근(hands-on approach)이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Magazine C PK22 표지

Issue.07 PK22

1956년 덴마크 디자이너 폴 케홀름이 선보인 PK22는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재료와 구조가 곧 형태가 되도록 설계해 스틸 프레임부터 가죽, 나사 등 의자의 모든 요소가 기능적으로 작동하며 조형적 아이덴티티를 만듭니다. 덴마크 전통 수공예의 정밀함을 현대 조형 언어로 확장한 폴 케홀름의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작업으로, 어느 공간에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동시에 조용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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