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자 앞에서는 다 조용해진다

에디터 유다미 | 포토그래퍼 박순애


PK22는 폴 케홀름이 구축한 혁신적 제작 방식으로 만든 구조적 실험의 결정체다. 모든 요소는 기능에서 출발하지만, 정교한 비례와 극대화한 소재의 속성을 통해 고유한 미학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형태를 견고하고 균형 있게 구조화해 공간 속 조용하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구조로부터 아름다움을 이끌어낸 PK22는 케홀름 디자인의 본질을 가장 순수하게 담은 아이코닉 체어다.

이 기사는 매거진C 7호 ‘PK22’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진화적 사고로 이룩한 덴마크 모던디자인

PK22는 전통과 현대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이어 발전시키는 덴마크 디자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의자로, 장인들이 다듬어온 비례 감각을 바탕에 두고,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더해 보다 가벼운 구조로 정제했다. 이런 발전의 흐름은 덴마크 디자인을 이끌어온 핵심 태도, 즉 카레 클린트가 제시한 ‘진화적 사고’로 설명된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기능과 미감을 더해 형태를 갱신하는 접근 방식이다.


케홀름의 강철 구조 실험은 1951년 졸업 작품인 엘리먼트 체어(PK25)에서 시작했다. 이는 하나의 강철판을 접어 등받이와 좌석, 다리까지 이어 만든 의자로, 금속의 탄성과 구조적 가능성을 탐구한 실험적 시도였다. 이후 케홀름은 PK22를 통해 엘리먼트 체어의 핵심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하나로 이어진 강철 프레임을 다리와 좌판으로 나눠 보다 정교하고 안정적인 구조로 완성했고, 엘리먼트 체어의 단점으로 지적된 가로대를 시트 아래로 옮겨 차가운 금속이 몸에 닿지 않도록 편안함을 확보했다. 밧줄을 감아 만든 PK25의 등판과 좌판은 캔버스 천과 가죽, 케인으로 대체해 견고한 착석감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PK22는 폴 케홀름이 바우하우스의 산업적 기능주의를 흡수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한 과정 역시 진화적 사고를 기반으로 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PK22의 스틸 프레임, 가죽, 케인 그리고 나사 하나까지 의자의 모든 요소는 기능적 구조로 존재하면서도 조형적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은 재료와 구조가 곧 형태가 된다는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충실히 계승한 결과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재료 그 자체의 언어다”라던 폴 케홀름의 말 그대로다. 이렇게 목재 중심의 덴마크 가구 산업에서 스틸이라는 재료로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며, 전통적 수공예의 정밀함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한 폴 케폴름은 PK22를 통해 덴마크 디자인이 장인 정신에서 현대적 산업디자인으로 이행하던 결정적 순간을 구분지었다.

혁신적 제조 시스템

PK22는 폴 케홀름과 그의 사업 파트너 에빈드 콜드 크리스텐센이 함께 구축한 혁신적 제조 시스템의 결정체다. 두 사람은 합리적 방식과 비용으로도 최고 품질의 가구를 생산하고자 하는 같은 열망을 공유했다. 이 공통된 신념은 곧 그들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끌었고, 1955년 함께 회사를 설립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그들이 고안한 방식은 전통적 장인 중심의 일괄 제작에서 벗어나, 각 공정을 전문화하고 분산시키는 체계였다. 가구 제작의 모든 단계를 세분화해 여러 하청 업체가 각각의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도록 한 것.


이 분업화와 모듈화된 조립 시스템은 각 구성 요소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이었다. 동시에 케홀름이 지향한 수공예 정신과 경제적 합리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다. 이에 PK22의 스틸 프레임, 가죽 시트, 고무 링, 나사 등 모든 요소는 각 분야의 전문 제작소에서 개별적으로 생산되었다. 최고 품질을 확보한 부품들은 하나의 박스에 담겨 배송되었고, 사용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러한 방식의 유통 시스템은 당시 스칸디나비아 가구 산업에서 전례 없는 시도였다.


이는 운송비를 절감하기 위한 효율적인 발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불필요한 과정을 제거하고 본질만 남기려는 케홀름의 미니멀리즘 철학이 생산 단계로 확장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유통 방식은 해외시장 진출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립식 시스템 덕분에 PK22는 국가 간 운송과 전시가 용이해졌고, 덴마크 디자인의 정밀한 수공예와 산업 생산의 효율성이 결합된 모델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결국 PK22는 한 시대의 제조 패러다임을 바꾼 의자로, 덴마크 모던디자인이 ‘수공예에서 산업으로’ 이행하는 상징적인 시기를 장식했다.


구조로부터 도출한 미학

PK22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기능적 구조이자 폴 케홀름만의 미학을 구축하는 장치다. 스틸 프레임, 각 부분을 잇는 육각 렌치 볼트, 가죽 시트를 가로지르는 X자형 박음질까지 모든 디테일은 구조적 논리와 기능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단 2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PK22의 측면 실루엣은 라운지체어로서 이상적 비례와 명확한 균형감을 구현한다. 스틸 프레임은 무광 새틴 브러시드 스테인리스로 마감해 반사광을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질감을 온전히 드러낸다. 또한 금속의 견고함은 강조하면서도 표면을 무광 처리해 차가운 인상은 완화시킨 절제된 마감이다. 프레임 결합에는 언브라코 Unbrako 육각 렌치 볼트를 사용했다. 항공기 제작에 사용하던 체결력 높은 고강도 볼트로, 내구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PK22가 어떤 논리로 조립되고 작동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조립식으로 유통하기에도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준다.


한편 캔버스 천, 가죽 혹은 케인을 그대로 프레임 위에 덧씌운 시트는 극도로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해먹처럼 간결하면서 정밀하게 계산된 구조는 사용자가 앉는 순간 체중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쿠션 없이도 편안한 특유의 착석감을 제공한다. 또 가죽 버전의 경우 시트 내부에 코르셋처럼 끈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안감이 숨어 있어 시트를 탄탄하게 유지한다.


표면의 X자형 박음질 역시 가죽이 한 방향으로만 늘어나지 않도록 잡아주며 오래 사용해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돕는다. 케인 버전은 2.5mm 두께의 케인을 프레임에 엮어 제작하는데, 별도의 안감 없이도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즉 PK22는 강철의 단단함과 가죽·케인·패브릭의 따뜻함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불필요한 장식 없이도 정밀한 디테일로 완성도의 정점을 이룬 의자다.


그 결과 폴 케홀름은 PK22로 1957년 제11회 밀라노 트리엔날레 Triennale di Milano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이듬해 북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디자인 및 응용미술상인 루닝상을 거머쥐었다.

존재감의 원천

PK22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의자다. 이 의자는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공간의 분위기와 질서를 새롭게 만든다. 낮고 넓은 좌석과 부드러운 곡선은 앉는 사람의 자세를 편안하게 잡아주고, 시각적으로도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리와 좌판 사이에 일정 공간을 두고 결합한 디테일, 그리고 대각선으로 뻗었다가 바깥쪽으로 꺾여 바닥을 지탱하는 다리의 형태는 긴장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섬세한 디자인 포인트다. 공간을 압도하기보다 그 안에 ‘가볍게 안착한’ 형상, 그것이 바로 PK22의 가장 큰 매력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간결한 실루엣은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비례와 균형, 재료의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케홀름이 말한 ‘조용한 명료함’의 표현이다. 군더더기를 뺀 만큼 형태가 더욱 또렷해지고, 그 명료함이 곧 아름다움의 힘이 된다.


한편 PK22의 디자인 속성은 케홀름의 다른 가구에도 이어져 전체적으로 통일감 있는 세계를 만든다. 예컨대 PK22와 함께 선보인 커피 테이블 PK61을 나란히 배치한 모습은 ‘가구 건축가’라는 별칭을 수긍하게 한다. 케홀름의 다른 가구들과 함께 두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관계는 그가 가구를 하나의 ‘구조체’, 즉 모듈로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간결한 구조와 단정한 형태 덕분에 PK22는 공간 속에서 조용하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단순함 속에서도 강한 힘을 지닌, 케홀름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Magazine C PK22 표지

PK22

1956년 덴마크 디자이너 폴 케홀름이 선보인 PK22는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재료와 구조가 곧 형태가 되도록 설계해 스틸 프레임부터 가죽, 나사 등 의자의 모든 요소가 기능적으로 작동하며 조형적 아이덴티티를 만듭니다. 덴마크 전통 수공예의 정밀함을 현대 조형 언어로 확장한 폴 케홀름의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작업으로, 어느 공간에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동시에 조용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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